한국에서 새는 바가지는 밴쿠버 와서도 샌다


48267627ed238.jpg





몇 해 전에 북이십일이라는 출판사와 유학 관련 책 출판 이야기가 오갔다가, 서로의 사정(?)으로 무산된 적이 있었습니다.


나중에 기회가 되어 제가 책을 쓰게 된다면 꼭 담고 싶었던 내용들이 있어, 가끔 이렇게 글로 남겨 보려고 합니다.


제가 상담할 때 자주 드리는 말씀들인데, 너무 솔직해서 거부감을 느끼시고 조용히 유학을 포기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. 그래도 일종의 사명감(?)으로 계속 말씀드리고자 합니다.


이번 이야기는 1~2년 단기 유학으로 오는 초등학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고, 밴쿠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까지 염두에 두는 학생들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.


“한국에서 새던 바가지는 여기서도 샌다”


많은 부모님들이 캐나다에 오면 아이들이 무조건 공부를 잘하고, 대학도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다. (대학 입시와 고학년 과정 경쟁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.)


공부를 거의 하지 않아 답이 보이지 않으니, 결국 10학년 즈음에 보내기로 결심한 부모님들이 이렇게 묻습니다.


  • “어느 학교가 좋은가요?”

  • “AP나 IB가 있나요?”


죄송하지만, AP나 IB 과정이 있어도 유학생의 90%는 해당이 없습니다.

이 과정은 정말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듣는 것이고, 들어도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나중에 기록을 지우려고 고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.

일단 ESL 시험 결과를 보고 시간표를 어떻게 짤지, 학교 카운슬러 선생님과 상담하시는 게 우선입니다.


“좀 자유롭게, 행복하게 지내라고 보내려 해요.”


그렇다면 보내지 마십시오.

한국에서는 고등학교에 다니기만 하면 졸업할 수 있지만, 캐나다에서는 영어 성적이 부족해 졸업을 못하는 캐나다 학생들도 있습니다.


물론 졸업 자체는 가능합니다. 다만 Dogwood Diploma를 받지 못해 필수 과목 이수를 못 하면, 결국 Adult School, Virtual School, 온라인 수강 등을 통해 다시 채워야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.


저는 밴쿠버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다니고도 졸업을 못한 학생들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. 어떤 경우는 지역을 옮겨 12학년에 다시 들어가기도 합니다. 그런데 일부 유학원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잘 안 해주는 것 같더군요. 무조건 “오면 잘한다”라고만 하니…


한국에서 공부를 힘들게 따라가듯, 여기서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.

영어가 부족한 상태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따라가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.

한국의 힘든 입시를 피해서 오려 했는데, “더 열심히 해야 한다”는 말을 들으면 “왜 겁을 주냐”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.


저도 한국에서 오래 입시를 겪어 잘 압니다.

한국은 사춘기 때 잠깐 방황해서 공부를 놓치면 다시 만회하기가 어렵습니다. 1년만 놓쳐도 따라잡지 못할 때가 있지요.


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열심히 하면 정직한 결과가 주어집니다. 기회도 여러 번 주어지고요. (물론 열심히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.)

한국에서 밴쿠버 유학 와서 성공한 사례들은 따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.


“캐나다 유학은 공부 안 하고 성공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, 열심히 해서 더 크게 성공하기 위해 오는 것입니다.”


한국에서 공부를 안 하던 아이가, 캐나다에 온다고 갑자기 달라질 거라 기대하지 마십시오.

집(한국)에서 새던 바가지는, 여기서(캐나다) 더 샙니다.


한국에서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공부 안 하던 아이가 여기서는 차분히 공부만 할 거라요? 절대 아닙니다.

비슷한 친구들끼리 금세 어울려서, 영어도 잘 안 되면서 며칠 만에 버스 타고, 스카이트레인 타고 멀리까지 다니곤 합니다.


집에서 새던 바가지는, 반드시 고쳐서 데리고 나오셔야 합니다.

대신, 집에서 튼튼했던 바가지는 더 튼튼해집니다.


한국에서 공부 잘하던 아이는 처음에는 영어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, 결국엔 쭉 성장합니다.


막말로 한국에서 공대를 나와 삼성에 들어가는 것도 요즘은 성공 아닙니까? (삼성이나 국내 기업을 비하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.)

제 지인 언니도, 남편이 서울대 졸업 후 삼성 다니는데 시어머니가 손자에게 “너도 아빠처럼 삼성 다니면 좋겠다” 하셨을 때 속으로 반발심이 있었대요. 그런데 아들 대학 보내고 나니 “삼성만 들어가면 좋겠다”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군요.


삼성이 나쁘다는 게 절대 아닙니다. 다만 캐나다에서 공대를 다니며 대학 시절 코업(Co-op)을 열심히 한 친구들은 구글,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에 스카웃되기도 합니다. 아마존 같은 세계적 기업에서 일할 기회도 열립니다.


제 캐나다 친구의 남편은 SFU 컴퓨터사이언스를 졸업했는데, 이번에 **넷플릭스(Netflix)**에 취업해서 캘리포니아로 갔습니다.

이사 비용과 집 렌트비를 회사에서 모두 지원해준다고 하네요.

그 친구는 원래 밴쿠버에서 수학 교사였는데, 그걸 포기하고 갈 만큼 매력적인 조건이었지요.


여기서는 출신 대학보다 인맥이나 실력이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습니다.

공채로 신입을 뽑는 문화가 아니라, 대학 시절부터 코업, 프로젝트, 활동을 통해 인맥을 잘 쌓는 게 중요합니다.


그래서 저는 세컨더리 학생 유학 상담할 때,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학년을 한 단계 낮추시길 권합니다.

그리고 “더 열심히 해야 한다”고 말씀드리면, 대부분은 “상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”라고 하신 뒤 조용히 연락을 끊으십니다. 😅


그럼에도 저는 계속 이렇게 말씀드릴 겁니다.

왜냐하면, 제 말 한마디가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.

저의 작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“무조건 유학 오라”고 부추길 정도로 궁핍하지도 않고, 무엇보다 양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.



새는 바가지로 물을 퍼 담으면 결국 소탐대실(小貪大失)입니다.

우선 바가지가 왜 새는지, 고쳐서 쓸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주인의 역할입니다.